미국 바이오시밀러 규제완화법이 추진되면서 다들 시밀러 수혜주를 찾지만, 정작 진짜 수혜는 생산설비를 쥔 CDMO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 등 '곡괭이를 파는 쪽'이 왜 더 유리한지 제약 박사의 시선으로 풀었습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핵심은 '바이오시밀러 레드테이프 철폐법(Biosimilar Red Tape Elimination Act)'이에요. 상원안(S.1954)은 2025년 6월 발의돼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HELP) 위원회에 계류 중이고, 하원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H.R.5526)이 올라와 양원에서 초당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내용의 핵심은 미국에만 있는 '인터체인저블(상호 교환 가능) 바이오시밀러' 구분을 없애는 것입니다. 지금은 약국에서 오리지널 약을 바이오시밀러로 자동 대체하려면 FDA의 별도 '상호 교환성' 심사(추가 교차처방 임상 등)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허가된 모든 바이오시밀러가 자동으로 대체 가능해져요. 별도 심사가 사라지니 추가 임상 비용이 줄고, 시장 진입도 빨라지는 구조입니다. (자료: 한국바이오협회 이슈브리핑)
2. 표면적 수혜: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시밀러 개발사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을 필두로 동아에스티·종근당·삼천당제약·에이프로젠 등이 거론돼요. 상호 교환성 입증용 추가 임상이 불필요해지면 비용을 아끼고, 미국 진입 속도도 빨라질 수 있으니까요.
3. 그런데, 나는 여기서 시밀러를 보지 않는다
여기서 의박이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규제가 풀려 진입이 쉬워진다는 건, 뒤집으면 너도나도 들어온다는 뜻이에요. 바이오시밀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뛰어든 시장입니다. 문턱이 낮아질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결국 약가 인하 →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쉬워요. 우리는 이미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유럽에서 혹독한 가격 경쟁에 직면하는 모습을 봐왔죠. 진입이 쉬워진다고 다 같이 돈을 더 버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4. 진짜 병목은 '생산 설비'다, 그래서 CDMO
그럼 누가 웃을까요? 저는 CDMO라고 봅니다. 논리는 단순해요. 개발 경쟁은 치열해져도, 그 약을 '만들 수 있는 설비'는 제한적이거든요.
바이오의약품은 화학합성약과 달리 살아있는 세포로 만드는 생물학적 제제예요. 아무 공장에서나 찍어낼 수 없고, 대규모 배양 리액터에 각국 규제기관의 GMP 승인이라는 높은 문턱까지 넘어야 합니다. (이 'GMP 트랙레코드' 얘기는 지난 삼성바이오로직스 글에서 자세히 다뤘죠.) 즉 시밀러 물량이 늘수록, 그걸 받아 생산할 CDMO의 캐파(생산능력)는 더 귀해집니다. 금을 캐는 사람이 늘면, 정작 돈은 '곡괭이와 삽'을 파는 쪽이 번다는 논리예요.
5. 그래서 어디를 볼까
대규모 상업 생산 리액터를 가진 기업이 1순위 수혜예요. 국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78.4만 리터)가 압도적이고, 셀트리온(25만 리터), 그리고 송도 1공장 완공을 앞둔 롯데바이오로직스(12만 리터)가 뒤를 잇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그 격차 자체가 곧 '진입장벽'이라는 게 한눈에 보여요.

여기에 중소형 리액터를 보유한 비티젠·바이넥스 같은 기업도 낙수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어요. 대형사가 다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이나 특정 규모의 수요가 이쪽으로 흐를 수 있거든요.
6. 다만, 냉정하게
전제가 있습니다. ① 이 법은 아직 통과 전이에요. 상·하원 양원에서 추진되곤 있지만 여전히 상임위 단계이고, 같은 법안이 과거 두 차례 문턱을 못 넘은 전력이 있어 통과를 단정하긴 이릅니다. 통과되더라도 전환기간·FDA 지침 정비라는 시차가 따르고요. ② CDMO 시장도 한국만의 잔치가 아니라 인도·중국·일본과 경쟁합니다. ③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처럼 자체 생산설비를 가진 시밀러 기업은 외부 CDMO를 덜 쓰니, CDMO의 진짜 기회는 '자체 공장이 없는 글로벌 시밀러 개발사'의 위탁 수요에서 나옵니다.
7. 의박이의 한 줄
규제완화 뉴스가 뜨면 다들 '시밀러 수혜주'를 찾지만, 저는 그 뒤에서 물량을 받아 찍어낼 CDMO를 봅니다. 경쟁이 치열한 쪽보다, 그 경쟁의 '병목'을 쥔 쪽이 길게 보면 유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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