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코스피가 하루에 10% 출렁인 이유'를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풀었는데, 한 달 사이 시장은 더 독해졌어요. VKOSPI는 금융위기마저 넘어 95를 찍었고, 이젠 바이낸스에서 코스피에 150배까지 거는 상품이 팔립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어요. 지수는 사상 최고인데, 상장 이후 종목의 96%가 빨갰거든요. 지수가 오른다는 착시, 도박판으로 번지는 고배율, 그리고 43조까지 불어난 빚투를 한 번에 짚었습니다.
※ 참고 — 이 글은 '코스피가 하루에 10% 출렁인 이유' 편의 후속입니다.
코스피가 하루에 10% 출렁인 이유 (feat.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https://uibaki.tistory.com/30)
이 포스트 한눈에 요약!
- 이 글은 속편이에요. 지난 한 달, 직전 글보다 시장이 더 독해졌습니다. 서킷브레이커가 이달에만 3회(월간 역대 최다), VKOSPI는 95.09로 2008년 금융위기(89.3)마저 넘겼어요.
- 제가 중심에 두는 건 착시입니다. 지수는 사상 최고인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5/27) 이후 오른 종목은 4.4%뿐이고 96%가 하락했어요. 반토막 난 종목만 121개. 시장 전체가 두 종목 빼고 빨갰습니다.
- 왜 지수만 오를까요? 반도체가 코스피 시총의 62%까지 차올랐거든요(2월 말 41.6%). 거기에 레버리지가 만든 '숏 감마'가 변동성을 스스로 키우는 구조로 깔렸습니다.
- 규모가 무섭습니다. 출시 한 달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 거래대금이 243조, 전체 ETF 거래의 35%를 빨아들였어요. 급등일엔 41%까지 갔고요.
- 이제는 2배가 아니라 150배입니다. 바이낸스가 코스피 150배·삼전닉스 50배 상품을 열었고, 빚투는 마통 잔액 43조(3년 8개월 최대)까지 번졌어요. 도박판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은 구간입니다.
1. 한 달 새 더 독해진 시장, 이 글은 속편이다
지난 글에서 저는 "지수의 절반을 쥔 두 종목에 2배를 붙이면 개인의 베팅이 곧 시장 변동성이 된다"고 했어요. 그땐 VKOSPI 91이 충격이었죠. 그런데 거래소가 괴리율을 잡겠다고 한도까지 조이고(국내 3%→2%) 당국이 감사·소비자경보까지 꺼냈는데도, 한 달 뒤 변동성은 91에서 95로 더 올랐습니다. 규제가 변동성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만 건드렸다는 뜻이에요.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출시 이후 한 달간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11회, 서킷브레이커가 3회 터졌는데, 서킷은 이달에만 세 번이라 월간 역대 최다를 새로 썼어요. 상징적인 게 6월 26일이었습니다. 뚜렷한 외부 악재도 없이 코스피가 장중 9% 가까이(8126) 밀렸다가 5.81% 하락(8411)으로 마감했어요. 하루에 700포인트 넘게 오갔는데, 정당화할 매크로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시장 내부 구조가 흔든다는 얘기죠. 그래서 이번엔 한 발 더 들어가 봤습니다.
2. 착시의 증명, 지수는 초록, 종목은 96%가 빨강
제가 이번 글에서 가장 하고 싶은 얘기예요. '9천피', '사상 최고'라는 헤드라인 뒤를 보면 시장은 정반대입니다. 거래소 등락 집계로, 5월 27일 이후 코스피·코스닥에서 오른 종목은 105개(4.4%)뿐이고 하락한 종목이 2268개(95.6%)였어요. 반토막(-50% 이상) 난 종목만 121개, 하락 종목 평균 수익률은 -26.9%였습니다. 20거래일 상승·하락 종목을 비교하는 등락비율(ADR)이 금융위기·코로나 팬데믹 수준까지 내려갔고요.
지난 글에선 '코스피는 오르고 코스닥은 빠지는 디커플링'을 짚었는데, 한 발 더 들어가니 코스피·코스닥 가릴 것 없이 두 종목만 빼고 다 빨갰습니다. 지수가 오르는 게 '시장이 좋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거예요. 반도체 두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내 계좌의 나머지 종목은 수급이 빠져나가 조용히 죽고 있었던 거죠. 코스피 시총에서 반도체 비중이 2월 말 41.6%에서 최근 62.3%까지 차올랐습니다. 지수가 거의 '반도체 한 덩어리'가 된 셈이에요.

3. 왜 지수만 오르나, '숏 감마'라는 증폭기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갈게요. 단순 쏠림이면 이렇게까지 출렁이진 않아요. 제가 보는 진짜 범인은 레버리지가 만든 '숏 감마' 구조입니다. 옵션에서 빌려온 말인데, 쉽게 풀면 이래요.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매일 2배 배율을 맞춰야 하니까, 삼전·닉스가 오르면 운용사·LP가 현·선물을 더 사야 하고 내리면 팔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게 '추세를 따라가는' 매매라는 거예요. 오를 땐 매수가 더해져 상승이 커지고, 내릴 땐 매도가 붙어 낙폭이 커집니다. 여기에 개인의 추격매매가 얹히면 '삼전닉스 상승 → 레버리지 추가 매수 → 더 오름 → 또 추격'의 되먹임 고리가 돌죠. 실제로 상장 이후 삼성전자 하루 평균 변동성은 4.4%에서 6.8%로, SK하이닉스는 5.1%에서 7.8%로 뛰었습니다. 변동성을 잡아주는 장치가 아니라, 스스로 키우는 장치가 시장 한복판에 깔린 거예요.
제가 이 대목을 굳이 짚는 이유가 있어요. 많은 분이 "삼전닉스가 좋으니 레버리지도 좋다"고 단순하게 보는데, 숏 감마가 깔린 시장에선 방향이 맞아도 진폭에 휘둘려 음의 복리로 자산이 깎입니다. 종목 전망과 상품 구조는 따로 봐야 한다는 거죠.
4. 35% 블랙홀, 16종이 시장을 빨아들였다
규모를 보면 왜 이 16종이 지수를 좌우하는지 납득이 됩니다. 출시일(5/27) 이후 한 달간 ETF 전체 거래대금이 854조였는데, 그중 243조(35.1%)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에서 나왔어요. 종목 수로는 한 줌인데 거래의 3분의 1을 빨아들인 거죠. 삼전·닉스가 급등한 6월 25일엔 이 비중이 40.9%까지 치솟았고, 24일 단일레버리지·인버스 거래대금은 19.4조로 상장 이후 최대를 찍었습니다.

거래가 한곳에 몰릴수록 숏 감마의 진폭도 커집니다. 그게 VKOSPI를 70.78(5/27)에서 95.09(6/25)로 밀어 올렸어요. 2008년 금융위기 고점(89.3)마저 넘긴 사상 최고치죠. 변동성 95는 하루 5.8%씩은 예사로 움직인다는 시장의 자백입니다.
5. 이제는 150배, 바이낸스가 연 무법지대
지난 글 끝에 저는 "양날의 검이 국경을 넘는다"고 했어요. 그게 이렇게 빨리, 150배라는 형태로 올 줄은 몰랐습니다. 국내 2배도 말이 많은데, 판은 이미 그 바깥으로 넘어갔거든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코스피·삼전·닉스에 초고배율 파생을 열었어요. 6월 2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에 각 20배 상품을 깔더니, 반응이 뜨겁자 50배로 올렸습니다. 26일엔 미국에 상장된 코스피 3배 ETF(KORU)에 다시 50배를 얹은 상품까지 내놨어요. 3배에 50배를 곱하니 코스피에 사실상 150배인 셈인데, 지수가 1%만 올라도 150% 수익이지만 조금만 빠져도 원금이 통째로 날아가는 구조입니다.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테더(USDT)를 사서 바이낸스로 보내면 누구나, 아무 제한 없이 살 수 있어요. 미국·일본·영국이 자국민의 바이낸스 가입 자체를 막아둔 것과 대비되죠. 거래액도 이미 큽니다. 하이닉스 50배 상품 누적만 약 9.9조였어요. 진짜 문제는 이게 우리 증시로 역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이낸스는 24시간 돌아가니, 야간·휴일에 이 상품들이 이상 급변하면 다음 날 국내 개장 때 노이즈가 돼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이죠. 국부 유출과 치외법권 논란까지 붙는 이유고요.
6. 빚투 43조, 마통까지 끌어 쓴다
이 모든 베팅의 연료가 빚이라는 게 가장 불편한 대목입니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빚투가 줄기는커녕 늘었어요.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6월 25일 43.3조로, 3년 8개월 만에 최대를 찍었습니다. 한도 대비 실제 사용 비율(소진율)이 44.8%로 코로나 이후 최고였고요. 코스피가 10% 가까이 빠졌다 5% 반등하는 롤러코스터 구간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마통을 더 당겨 단기 베팅에 넣었습니다.

한국은행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산 투자 증가가 금융 불균형을 키우는 잠재 불안 요인이라고 콕 집었어요. 변동성 큰 자산에 빚을 태우면 빠질 때 반대매매가 반등 기회까지 앗아간다, 지난 글에서 짚은 그 교과서가 더 커진 판으로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7. 왜 갑자기 나왔나,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탄생 배경
균형을 위해 반대편도 봐야죠.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먼저 도입한 미국은 어땠을까요. 거기도 개인 비중이 거래의 90%에 달하고 전체 증시 거래의 8%까지 차지하는데, 시장 전체 변동성을 키우진 않았어요. 차이는 '종목 수'였습니다. 미국엔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수백 개라 수요가 분산되거든요. 엔비디아조차 S&P500 비중이 8% 수준이고요.
우리는 정반대예요. 당국이 변동성·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기초자산 문턱(시총 10% 이상, 거래량 5% 이상 등)을 높였는데, 그 조건을 다 충족한 상장사가 삼전·닉스 둘뿐이었습니다. 안전장치로 만든 제한이 오히려 두 종목으로 자금을 몰아 쏠림을 키운 역설이죠. 그래서 현대차·삼성전기 같은 우량주로 대상을 넓혀 자금을 분산하자는 해법이 나오는데, 저는 반신반의예요. 결국 투자자가 삼전·닉스를 계속 선호하면 쏠림은 크게 안 바뀌거든요.
여기서 제 생각도 덧붙이면, 이 쏠림을 100% '투기 광기'로만 보긴 어렵습니다. 반도체는 실제로 실적 전망이 올라가는 거의 유일한 섹터예요. 그러니까 지금 쏠림엔 수급 과열과 펀더멘털 근거가 섞여 있습니다. 솔직히 그게 더 까다로워요. 순수 거품이면 터질 시점이라도 가늠하겠는데, 실적이 받치는 쏠림은 생각보다 오래 버티거든요.
8. 그래서, 의박이라면 어떻게 볼까
남들이 '며칠 만에 +수십 %' 스크린샷을 볼 때, 저는 착시와 트리거를 봅니다.
먼저, 지수를 시장 전체로 착각하지 않는 게 출발점이에요. 9천피라는 숫자는 반도체 두 종목의 성적표지, 내 포트폴리오의 안부가 아닙니다. 96%가 빨갰다는 사실만 기억해도 '지수 오르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쏠림이 언제까지 갈지는, 저는 '깨지는 조건'과 '더 가는 조건'을 같이 적어둡니다.
- 더 갈 조건 — 삼전·닉스의 실적 모멘텀(메모리·HBM 업황)이 유지되는 한, 쏠림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어요.
- 깨지는 트리거 — 반도체 실적 전망이 꺾이는 순간, 지난 글에서 적어둔 국민연금 리밸런싱과 거래소·금감원 규제가 실제 시행되는 시점, 그리고 바이낸스발 야간 급변이 국내로 역류하는 왝더독 사고. 이 셋 중 하나라도 켜지면 숏 감마가 반대로 돌며 낙폭을 키웁니다.
- 내가 안 하는 것 — 고배율(50·150배)에 빚(마통·신용)까지 얹은 베팅. 변동성이 큰 자산일수록 레버리지는 수익을 두 배로 키우는 도구가 아니라, 버틸 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도구예요.
저라면 지수가 아니라 '내 종목들의 색깔'을 보고, 위 트리거를 달력에 박아둔 채, 굳이 이 판에 들어간다면 비중과 기간을 극도로 짧게만 가져가겠습니다.
9. 결론
정리하면, 지금 한국 증시는 '사상 최고 지수'와 '96%가 빨간 종목판'이 공존하는 착시의 시장입니다. 그 한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숏 감마라는 증폭기로 깔렸고, 전체 ETF 거래의 35%를 빨아들이며 VKOSPI를 금융위기 너머로 밀어 올렸어요. 그리고 그 위로 바이낸스 150배와 마통 43조 빚투가 얹혔습니다. '도박판'이라는 표현이 거칠지만, 데이터는 그 표현을 부정하지 못해요.
다만 저는 비관 한쪽으로 기울지도 않으려 합니다. 반도체 실적이 실제로 받치고 있어 쏠림엔 근거도 있으니까요. 결국 지수를 시장으로 착각만 안 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요. 나머지는 깨지는 트리거를 미리 적어뒀느냐 싸움이고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9천피가 아니라 내 종목의 색깔을, 숫자가 아니라 그 뒤의 구조를 봅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며, 투자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본 자료의 정확성이나 완전성은 보장되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의 근거 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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