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피하주사(SC) 제형 관련 히알루로니다제 특허를 출원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알테오젠(196170)이 장중 10% 넘게, 종가로 11.69%(-3만7,000원) 급락했습니다. "자금력·허가경험·기술력을 다 갖춘 삼성이 SC 시장에 들어온다"는 해석이 붙었고, 시장은 알테오젠의 SC 플랫폼이 위협받는다고 읽었어요. 표면만 보면 '강력한 루키의 등장' 기사죠.
저는 여기서 다른 걸 봤습니다. 공개된 특허 문서를 뜯어보면, 삼성에피스가 확보한 건 알테오젠 같은 'SC 플랫폼'이 아니에요. SC에 쓰는 '효소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제조·정제 기술'입니다. 애초에 달리는 트랙이 다른 거죠. 둘 다 당사자(알테오젠·삼성에피스)가 "성격이 다르다"고 직접 선을 그었는데도 주가만 먼저 반응한 국면이라, 오늘은 이 간극을 팩트대로 짚습니다. 종목 추천이 아니라 '무엇이 등장한 건가'와 '왜 단기간 따라잡기가 어려운가'를 보는 글이에요.
1. 무슨 일이 있었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12월 23일 히알루로니다제 관련 특허 2건을 국제출원(PCT)했고, 그게 7월 2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두 건 다 히알루로니다제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절단 단백질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기술이에요(WO2026142299, WO2026142300).
이게 알려지자 "알테오젠의 SC 플랫폼과 경쟁 구도가 생기는 것 아니냐", 특히 "삼성에피스가 개발 중인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에 이 기술이 붙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번졌고, 알테오젠 주가가 그날 장중 10% 넘게 밀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두 당사자는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어요. 알테오젠은 입장문에서 "우리 플랫폼과 삼성에피스 특허는 기술적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고, 삼성에피스도 "SC 제형 특허를 출원한 건 맞지만 알테오젠처럼 별도 플랫폼 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향후 신약·바이오시밀러 개발에 SC를 적용할 수 있게 기술을 확보한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주가만 먼저 반응하고, 정작 양쪽 다 "그런 얘기 아니다"라고 한 겁니다.

2. 왜 '같은 트랙'이 아닌가
한 꺼풀 들어가 볼게요. SC 플랫폼이라는 건, 정맥주사(IV)로 맞던 약을 피하주사(SC)로 바꿔주는 '엔진'이에요. 그 엔진의 핵심이 히알루로니다제라는 효소인데, 피부 밑에서 약물이 잘 퍼지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 글로벌에서 이 엔진을 가진 곳은 딱 둘이에요. 미국 할로자임의 '인핸즈(ENHANZE)', 그리고 알테오젠의 'ALT-B4'.
그럼 삼성에피스가 낸 특허는 뭐냐. 엔진 자체가 아니라, 그 엔진에 들어갈 효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공정'입니다. 히알루로니다제는 생산 과정에서 효소가 쉽게 잘리고 불순물이 끼는 까다로운 물질이라, 만드는 회사마다 정제 공정을 연구해 왔어요. 삼성에피스 특허도 그 연장선이에요. 실제로 대표 청구항이 '단백질 제조·정제 방법'입니다. 만약 새로운 효소를 만들었다면 특정 아미노산 서열로 정의된 단백질 자체를 청구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새 물질이 아니라 만드는 방법에 대한 특허인 거죠.
여기서 하나 더. 이 특허 2건은 국제조사(ISR·ISA) 단계에서 신규성과 진보성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특허는 핵심 청구항이 휴온스랩의 선행특허에 이미 개시돼 있다고 봤고, 두 번째는 정제 공정이 2012년 공개된 미국 선행특허에 이미 있다고 판단했어요. 다만 이건 국제단계의 예비 의견이라, 앞으로 각국 심사에서 청구범위를 보정해 등록을 노릴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특허가 죽었다"까지 갈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공개된 내용만으로 알테오젠 플랫폼과 맞붙는 신무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3. 그런데, 왜 단기간 따라잡기가 어렵나
여기가 제가 제일 하고 싶은 얘기예요. 저는 삼성에피스를 얕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모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조·공정 역량이 있고, 바이오시밀러를 여러 개 개발해 허가까지 받아본 회사고, 자금력도 충분하죠. 그동안 SC를 하겠다던 휴온스랩·아미코젠 때는 이만큼 시장이 출렁이지 않았는데 이번엔 크게 반응한 것도, 상대가 '삼성'이라 그런 겁니다. 그건 합당한 긴장이에요.
그런데 '강한 신입'인 것과 '알테오젠을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저는 후자는 어렵다고 봐요. 이유가 몇 개 있습니다.
첫째, 알테오젠엔 글로벌 레퍼런스가 있어요. 머크·GSK 같은 다국적 제약사와 여러 차례 공동연구·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죠. 여기서 '레퍼런스'는 단순히 많이 해봤다가 아니에요. 빅파마 기준의 실사(Due Diligence)를 통과했다는 뜻입니다. 글로벌 제약사가 자기 핵심 제품에 남의 효소를 얹으려면 제조·품질·특허를 현미경으로 다 뜯어보는데, 그 관문을 실제로 넘어봤다는 게 레퍼런스예요. 이건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이력으로 쌓는 겁니다.
둘째, 알테오젠은 이미 상업화까지 뚫었어요. 키트루다 SC인 '키트루다 큐렉스(Qlex)'가 실제로 상업화에 성공했습니다. 다른 약을 여러 개 해봤다는 것과, SC 제형으로 CMC·임상을 통과해 허가까지 받았다는 건 완전히 다른 층위예요. 삼성에피스가 이 '허가까지 뚫어본 SC 실적'을 아직 갖고 있진 않습니다.
셋째, 선택과 집중의 문제예요. 알테오젠은 SC 기술 하나에 회사를 걸고 파는 곳이에요. 반면 삼성에피스는 시밀러에서 시작해 지금은 신약까지 개발하는 회사라, SC는 그 여러 자산 중 하나로 검토되는 거죠. SC를 하나의 옵션으로 두는 회사와, SC에 올인한 회사의 몰입도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삼성이 물리적인 개발 시간을 일부 앞당길 순 있어도, 그 이상을 하긴 쉽지 않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4. 그리고 결정적으로, '키트루다 SC 복제'는 특허벽에 막힌다
또 하나의 쟁점이 "그럼 삼성에피스가 키트루다 큐렉스의 시밀러를 만들 수 있느냐"인데, 저는 이것도 어렵다고 봅니다. 이유가 두 겹이에요.
첫째, 특허벽. 키트루다(원 항체)의 특허가 언젠가 만료되더라도, 키트루다 큐렉스는 별개의 새 제품이에요. 큐렉스는 ALT-B4를 적용한 복합제제로, 미국에서 2043년까지 물질특허 독점권을 보호받습니다. 알테오젠이 물질특허·조성물특허·용도특허를 겹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그러니 키트루다를 원료로 SC를 만드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큐렉스와 동일한 걸 만드는 건 특허에 저촉됩니다. 원 항체 특허가 풀리는 것과 큐렉스를 복제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라는 거죠.
둘째, 전달 효율의 차이. 설령 할로자임 인핸즈의 시밀러 효소를 써서 SC를 만든다 해도, 성능에서 차별화가 안 돼요. 같은 효소량(2,000유닛)당 항체 전달량을 보면, 인핸즈를 쓰는 다잘렉스 SC·허셉틴 SC는 120mg인데, ALT-B4를 쓰는 키트루다 큐렉스는 165mg입니다. 약 37.5% 더 많은 항체를 전달하는 거예요. 규제당국의 시밀러 허가 기준을 생각하면, 인핸즈나 그 복제 효소로 만든 제품이 ALT-B4를 적용한 큐렉스의 '시밀러'로 허가받기는 어렵다는 게 알테오젠 설명이고, 저도 이 논리가 타당하다고 봅니다.

5. 그래도, 삼성에피스를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여기까지 읽으면 "그럼 이번 급락은 완전한 오해였네"로 끝날 것 같은데, 저는 박수만 치진 않습니다. 두 가지는 짚어둘게요.
하나, 삼성에피스가 SC용 효소를 자체 생산하려 한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가 있어요. 지금 특허의 진보성이 부정됐든 아니든, 이 회사가 SC 제형에 필요한 제조기술을 내재화하려는 방향을 잡았다는 건 분명합니다. 당장 알테오젠 플랫폼을 위협하는 건 아니지만, 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SC를 자체적으로 붙일 수 있는 역량을 쌓아가는 거예요. 삼성에피스 스스로도 "SC 제형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고, 그 말은 맞습니다. 다만 그게 '별도 플랫폼 사업'이나 '특정 제품 적용'까지 확대되는 건 지금 단계에선 과대 해석이라는 거죠.
둘, 이번 일은 알테오젠 주주 입장에서 오히려 확인의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인핸즈 기반 시밀러가 등장한다는 건 빅파마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그걸 알면서도 왜 지금까지 알테오젠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어왔을까요. ALT-B4가 인핸즈 대비 전달 효율·보관 안정성에서 앞서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하반기에 인타스·산도스 같은 시밀러 개발사들의 성과가 공개되면, ALT-B4의 기술적 우위가 역으로 확인될 여지도 있어요.
6. 의박이의 시선
저는 이 뉴스에서 두 줄을 챙겨 둡니다.
하나, 이번 특허는 알테오젠과 '경쟁하는 트랙'이 아니다. 시장은 "삼성이 SC 플랫폼 시장에 들어왔다"고 읽었지만, 실제 공개된 건 SC용 효소를 만드는 공정 특허예요. 그마저 국제조사에선 진보성을 인정받지 못했고요. 물론 특허로 공개된 게 에피스가 가진 기술의 전부는 아니겠죠. 다만 지금 드러난 것만 놓고 보면, 알테오젠의 플랫폼과 같은 링에서 맞붙는 무기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회사가 실제로 낸 특허랑 시장이 지레짐작한 것 사이가 이만큼 벌어졌고, 그 간극이 하루 만에 시가총액 수천억을 움직인 거예요. 저는 이런 국면일수록 '그래서 특허 청구항이 뭘 청구했나'라는 팩트로 돌아가야 한다고 봐요.
둘, 그렇다고 삼성에피스를 없는 셈 칠 순 없다. 자금·제조·허가경험을 다 갖춘 회사가 SC에 발을 들인 건 사실이고, 물리적 개발 시간을 앞당길 여력도 있어요. 다만 글로벌 레퍼런스, 상업화 실증, SC에 대한 몰입도라는 세 가지는 단기간에 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일을 '알테오젠의 위기'로 읽기보다 '둘이 달리는 트랙이 다르다는 확인'으로 읽어요.
그래서 저라면 달력에 이렇게 적어둡니다. 삼성에피스 특허가 각국 심사에서 청구범위를 보정해 실제로 등록되는지, 하반기 인타스·산도스 등 ALT-B4 파트너들의 시밀러 성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그리고 키트루다 큐렉스의 실제 전환율·매출이 어디까지 오르는지. '강한 신입이 나타났다'는 헤드라인이 요란할 때, 투자자가 할 일은 그 신입이 든 게 정말 같은 무대에서 겨룰 무기인지부터 확인하는 겁니다. 흥분도 비관도 아닌 자세로, 저는 그걸 지켜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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