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BIO USA 2026이 샌디에이고에서 열렸습니다. 올해 관전 포인트는 CDMO 수주전·비만 대사질환·ADC 기술이전 셋, 그리고 한국 단독 세션 'Korea Rising' 신설이에요. 다만 행사장 미팅 대부분은 '탐색'일 뿐, 진짜 빅딜을 가려내는 법을 현장 감각으로 풀었습니다.
이 포스트 한눈에 요약!
-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BIO USA 2026이 6월 22~25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립니다. 70여 개국, 2만여 명이 모이는 '빅딜의 출발점'이에요.
- 관전 포인트는 셋. ① CDMO 수주전(美 생물보안법 수혜) ② 비만·대사질환 ③ ADC·플랫폼 기술이전.
- 바이오 센티가 바닥인 지금, 시장은 이 행사에서 나올 대형 기술이전(L/O) 소식으로 분위기가 돌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 다만 저는 균형을 둡니다. 행사장의 미팅 대부분은 그냥 '탐색'이에요. 진짜 계약은 보통 몇 달 뒤에 나오고, 그때 '계약금(upfront)'을 봐야 진심인지 알 수 있습니다.
- 올해는 한국 단독 세션('Korea Rising')도 처음 신설됐어요. K-바이오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신호입니다.
1. 솔직히, 저는 이맘때면 그 컨벤션센터가 그립습니다
고백부터 하나 하겠습니다. 제가 제약회사에 다니던 시절, BIO USA 출장은 1년 중 가장 설레는 일정이었어요. 비행기에서 내려 거대한 컨벤션센터에 들어서던 순간의 공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끝이 안 보이게 늘어선 부스, 사방에서 들리는 영어 피칭, 명함을 쥔 채 미팅 룸을 종종거리며 옮겨 다니던 긴장감. 1대1 파트너링 미팅 시간표가 빼곡히 박힌 종이를 들고 있으면, 정말 "여기서 뭐라도 하나 터뜨릴 수 있을 것 같은" 그 묘한 자신감이 차올랐죠.
물론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30분짜리 미팅 열 번을 돌려도 대부분은 그냥 인사로 끝나요. 그래도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었던 건, 여기가 글로벌 빅파마와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1년에 한 번뿐인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그 떨림을 아는 사람이라면, 매년 6월 미국 쪽을 흘끔거리는 제 마음이 이해되실 거예요.
2. BIO USA가 대체 뭐길래
BIO USA(정식 명칭 BIO International Convention)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닙니다. 글로벌 빅파마, 유망 바이오텍, 투자사, 라이선싱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미팅을 돌리는 세계 최대 '비즈니스 장터'예요. 핵심은 여기서 시작된 미팅이 수개월 협상을 거쳐 대형 계약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업계는 현장 미팅 하나하나를 '차기 빅딜의 씨앗'으로 봅니다. 제약바이오 연례행사 중 이만한 무대가 없어요.
참고로 올해는 한국 단독 세션('Korea Rising')도 처음 신설됐는데, K-바이오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상징 정도로 보면 됩니다. 진짜 돈이 오가는 건 결국 세션 무대가 아니라 1대1 미팅 룸이니까요. 그럼 올해는 누가 무엇을 들고 나가는지 한 장으로 정리해봤습니다.

3. 가장 현실적인 기회, CDMO, '중국의 빈자리'
올해 가장 현실적인 기회는 여기서 납니다. 미국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밀어붙이면서, 중국 최대 CDMO인 우시앱텍이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중이에요. 미국 바이오텍들은 지금 중국을 대체할 '믿을 만한 생산 파트너'를 급하게 찾습니다. 그 빈자리를 누가 흡수하느냐, 한국 CDMO엔 절호의 기회죠.
선봉은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입니다. 14년 연속 단독 부스에 존 림 대표가 직접 고객사 미팅을 돌아요. 솔직히 이쪽은 체급이 다릅니다.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깔고 앉아 중국이 비운 자리를 가장 먼저 빨아들일 위치니까요. 뒤를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쫓습니다. 8월 준공할 송도 1공장과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잇는 '듀얼 사이트'로 맞불을 놓죠. 결이 다른 카드도 있어요. 에스티팜은 항체가 아니라 올리고·mRNA 같은 핵산 CDMO로 자기만의 시장을 팝니다. 이쪽은 '기술이전'이 아니라 '수주 계약'이 성과 지표라는 점만 기억하시면 돼요.
4. 비만, 그리고 ADC·플랫폼, 다만 눈높이가 달라졌다
신약 쪽 최대 화두는 단연 비만·대사질환입니다. 바로 직전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나온 데이터가 후속 미팅으로 연결되거든요. 한미약품의 차세대 비만 파이프라인, 일동제약의 경구용 GLP-1, 대웅제약의 월 1회 세마글루타이드 같은 카드가 관심을 받을 후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솔직하게 짚고 싶은 게 있어요. 비만에 대한 시장의 흥분이 작년만 못합니다. 최근 글로벌 경쟁사들이 비만 후기 데이터를 줄줄이 내놨는데, 반응이 미지근했거든요. 한 GLP/GCG 약은 체중을 제법 빼긴 했는데 결국 기존 약 수준이었고, 게다가 약을 쓴 다섯 중 하나가 못 견디고 중단했어요. 효능이 압도적이지 않은데 부작용 부담은 크니, 시장이 시큰둥할 수밖에요. 한 진영의 부진이 다른 진영의 기회로 읽히기도 하고요. 시장은 늘 이렇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만보다 ADC와 '반복 가능한 플랫폼'에 더 눈이 갑니다. 글로벌 빅파마의 평가 기준이 바뀌었거든요. 이제 그들은 "약 하나"가 아니라 "약을 계속 찍어낼 수 있는 틀"에 더 높은 값을 매깁니다. ADC 플랫폼의 리가켐바이오, BBB 셔틀 '그랩바디-B'(작년 GSK·릴리에 기술이전)의 에이비엘바이오, SC 전환 기술의 알테오젠, RNAi의 올릭스, 이런 '플랫폼 강자'들이 추가 딜을 노립니다. 글로벌 빅파마가 "약 하나"가 아니라 "약을 계속 찍어낼 수 있는 틀"에 값을 매기기 시작한 지금, 이런 플랫폼 보유 기업들이 이번 행사의 진짜 관전 포인트예요.
5. 의박이의 관전법, 박수는 나중에, 계약금부터 본다
자, 여기서 제 직업적 본능이 발동합니다. 행사 기간엔 "어디가 어디랑 미팅했다더라" 하는 뉴스가 쏟아질 거예요. 주가도 들썩이겠죠. 근데 저는 그 흥분을 한 박자 늦춰서 봅니다. 현장 미팅의 십중팔구는 그냥 서로 간 보는 '탐색전'이거든요. 명함 100장 돌린다고 다 딜이 되는 게 아닙니다. 제가 그 미팅 룸을 숱하게 드나들어 봐서 알아요. 악수와 계약서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멉니다.
오해하기 쉬운 게 하나 더 있어요. 가끔 행사 중에 대형 딜이 '발표'되기도 하는데, 그건 현장에서 즉석으로 성사된 게 아닙니다. 보통 몇 달 전에 협상이 다 끝나 있고, 주목도 높은 이 무대를 발표 타이밍으로 고른 것뿐이에요. 그러니 "BIO USA에서 딜이 나왔다"는 뉴스도, 실은 한참 전에 익은 열매를 여기서 따 보인 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제 체크 순서는 이래요. 첫째, 행사 기간의 미팅 떠들썩함보다 그 뒤 수개월간 실제 계약이 나오는지를 봅니다. 둘째, 계약이 나오면 총액(마일스톤 포함)이 아니라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upfront)부터 확인해요. 빅파마가 진짜 진심이면 선급금에 그게 드러나거든요. 셋째, 상대방의 개발 역량과 후속 의지. 큰 회사가 사가도 서랍에 넣어두면 끝입니다.
한 가지 더. BIO USA가 끝나면 학회 비수기인 여름이 옵니다. 그래서 행사 직후 잠잠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7월에 R&D 데이를 여는 기업들, 그리고 9~11월 대형 학회(ESMO·AASLD 등) 일정을 미리 캘린더에 적어두는 게 현명합니다. BIO USA에서 뿌린 씨앗이 그쯤 열매로 돌아오거든요.
6. 결론
정리하면, BIO USA 2026은 바닥을 기던 K-바이오 센티에 모처럼 찾아온 큰 모멘텀입니다. 생물보안법발 CDMO 수주 기회, ADC·플랫폼의 기술이전 가능성, 그리고 한국 단독 세션이라는 상징성까지, 재료는 충분해요. 잘만 터지면, 소외됐던 바이오로 수급이 돌아오는 방아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흥분은 금물입니다. 이 행사는 '계약서'가 아니라 '소개팅 자리'예요. 진짜 결혼(계약)까지 가는지는 4일이 끝난 뒤부터 지켜봐야 합니다. 저는 부스 사진과 미팅 횟수에 들썩이기보다, 여름과 가을에 실제로 날아올 계약금 규모와 파트너의 체급을 조용히 기다리겠습니다. 그 컨벤션센터의 설렘을 아는 사람으로서, 올해는 우리 기업들이 그 떨림을 '계약서'로 바꿔오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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