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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주식

미국 바이오는 신고가인데, 내 코스닥은 왜 파랄까 (또 반도체 쏠림)

by 의박이 2026. 7. 6.

미국 바이오는 요즘 거의 매일 신고가를 씁니다. 근데 제 코스닥 계좌는 오늘도 파래요.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미국이 저렇게 가는데 우리 바이오도 곧 따라 오르겠지"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바이오가 주전공이지만 예전에 증권가에서 거시를 보던 시절이 있어서, 이런 '따라 오른다'는 말은 잘 안 믿어요. 일단 '그래서 이게 내 판에 어떻게 닿는데?'부터 따지는 버릇이 있거든요. 오늘은 미국이랑 한국 바이오가 정말 한 몸인지, 아니라면 뭐가 둘을 잇는지를 차분히 봅니다.

※ 이 글은 제가 계속 붙잡고 있는 '반도체 쏠림·수급' 시리즈의 연장선이에요.
① 코스피가 하루에 10% 출렁인 이유 (https://uibaki.tistory.com/30)
② 코스피는 오르는데 96%가 빨간 이유 (https://uibaki.tistory.com/33)
③ 오늘 코스닥 +8%, 일장춘몽일까 일취월장의 서막일까 (https://uibaki.tistory.com/38)
④ 반도체에 밀린 바이오, 지금이 저점일까 (https://uibaki.tistory.com/5)

 

이 포스트 한눈에 요약!

  • 미국 바이오(NBI)는 6월 말 기준 6,500선을 넘어 사실상 신고가예요. 1년 새 +36% 안팎. 반면 우리 바이오는 반도체로 돈이 쏠리면서 코스닥이 크게 눌렸죠.
  • 오래 같은 방향으로 가던 한·미 바이오가 올해는 처음으로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 "예전에 같이 갔으니 결국 따라간다"는 논리, 저는 좀 아프다고 봐요. 같이 움직인 게 꼭 구조가 같아서는 아니었거든요.
  • 핵심은 하나예요. 둘은 엔진이 다릅니다. 미국은 이익과 모멘텀 두 개로 가고, 우리는 모멘텀 하나로 버텨요.
  • 그래서 둘을 잇는 건 지수가 아니라 딜(L/O)입니다. 미국이 뜨거우면 빅파마가 자산을 사냥하고, 그게 우리 기술이전 기회를 키우는 거죠.
  • 알지노믹스·지아이이노베이션 학회 발표, 그리고 상반기 기술이전 러시가 그 증거고요.

 

1. 무슨 일인가, 미국은 신고가, 나만 파랗다

먼저 사실부터 봅시다. 나스닥 바이오 지수(NBI)가 6월 말 기준 6,564pt까지 올라왔어요. 1년 새 30%대 중반이 뛴 겁니다. 재밌는 건, 이게 S&P500이나 나스닥, 빅테크랑 상관없이 혼자 올라간다는 점이에요. 그동안 아무도 안 쳐다보던 제약·바이오가 갑자기 주도주처럼 움직입니다.

우리는 정반대죠. 삼성전자랑 SK하이닉스가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동안, 그 돈을 대주느라 코스닥에서 자금이 빠졌어요. 바이오 비중이 큰 코스닥이 그대로 얻어맞았고요. 6월 말 기준으로 올해 KRX 헬스케어가 22% 넘게 빠졌는데, 전체 업종 중에 낙폭 2위였습니다. 미국 바이오가 신고가 쓰는 바로 그 시간에 제 계좌만 파란 이유가 여기 있어요.

2. "미국 오르니 우리도 간다"는 말이 왜 걸리나

많은 분들이 "예전엔 둘이 같이 갔으니 이번에도 결국 붙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게 좀 불편해요. 상관관계라는 건 구조가 바뀌면 그냥 깨지니까요. 오히려 올해 처음으로 둘이 반대로 갔다는 건, 지금까지 둘을 같이 움직이게 하던 뭔가가 사라졌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왜 다르냐. 두 지수를 굴리는 엔진 자체가 달라서예요. 미국 바이오는 이미 FDA 허가받고 전 세계에 약을 파는 회사들이 지수의 중심입니다. 그러니까 실적이 밑을 받쳐주고, 거기에 임상 데이터 같은 모멘텀이 얹혀요. 별일 없는 날에도 이익이 주가를 붙잡아 줍니다. 우리 바이오는 다르죠. 대부분 아직 임상 단계라 이익이 안 나요. PER이 안 찍히니까 학회나 기술이전, 임상 결과 같은 '이벤트'가 터질 때만 주가가 튀고, 평소엔 밑에서 받쳐주는 게 없습니다.

솔직히 우리가 글로벌에서 진짜 매출을 내는 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위탁생산)나 셀트리온(바이오시밀러) 정도예요. 그것도 신약이 아니라 생산·복제약 쪽이고요. 우리가 직접 개발한 신약 중에 글로벌 블록버스터(연 매출 10억 달러 넘는 약)까지 간 건 아직 없습니다. 유한양행 렉라자가 미국 허가까지 갔지만, 그것도 자기가 파는 게 아니라 넘겨주고 로열티 받는 구조죠. 이런 시장을 "미국이 오르니 따라 오른다"로 묶는 건 좀 무리예요.

3. 이게 내 '반도체 쏠림' 얘기랑 똑같다

제가 이 얘기에 유독 예민한 이유가 있어요. '미국 오르니 한국도 오른다'는 기대, 이거 반도체 논리를 바이오에 그대로 갖다 붙인 거거든요.

반도체는 그게 됩니다. 엔비디아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사겠다고 하면 그게 곧바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급으로 이어져요. 미국이 잘되면 우리가 HBM 같은 물건을 대는, 눈에 보이는 사슬이 있는 거죠. 근데 바이오엔 그런 사슬이 없습니다. 미국 바이오랑 한국 바이오 사이엔 직접 연결된 공급망이 아예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이걸 "미국을 따라간다"가 아니라 "미국이 뜨거우면 우리 물건이 팔릴 자리가 생긴다"로 읽습니다. 둘을 잇는 건 지수가 아니라 딜이에요.

왜 반도체는 되고, 바이오는 안 되나

4. 여기서 한 꺼풀 더, 미국은 블록버스터가 블록버스터를 낳는다

미국 모델이 무서운 건, 블록버스터 하나로 안 끝난다는 점이에요. 하나가 터지면 그게 발판이 돼서 다음 약을 계속 뽑아냅니다.

일라이 릴리를 보세요. 마운자로·젭바운드(GLP-1)로 시총이 한때 1조 달러를 넘나들더니, 거기서 번 돈으로 레타트루타이드나 경구용 오포글리프론 같은 차세대를 줄줄이 돌리고 있어요. 비만에서 심혈관, 수면무호흡까지 영역도 넓히고요. 노보 노디스크는 오젬픽·위고비고, 머크는 키트루다(연 매출 3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약) 하나로 번 돈을 다시 피하주사 제형이랑 ADC, 병용에 쏟아붓습니다. 애브비는 휴미라 특허가 끝나기 전에 스카이리치·린버크로 갈아탄, 세대교체의 교과서 같은 케이스죠. 암젠도 기존 블록버스터 위에 비만 신약(마리타이드)까지 얹었어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블록버스터로 번 돈이 다음 파이프라인 개발과 외부 자산 사냥으로 흘러가고, 거기서 또 다음 블록버스터가 나와요. 이 바퀴가 계속 돕니다. 그리고 바로 이 '외부 자산 사냥' 대목이 우리한테 중요해요. 릴리나 머크, 애브비가 다음 파이프라인 채우겠다고 지갑을 열 때, 그 테이블에 우리 초기 파이프라인을 들고 앉는 것. 그게 모멘텀 하나로 버티는 우리 바이오의 사실상 유일한 출구, 기술이전(L/O)입니다.

5. 그럼 우리 애들은 뭐 하고 있었나, 학회랑 기술이전으로 증명 중이다

주가만 보면 처참했지만, 안에서는 딜 테이블에 앉을 자격을 착실히 증명하고 있었어요. 알지노믹스는 4월 AACR에서 RNA 기반 간암 치료제(RZ-001) 임상 데이터를 구두로 발표했습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5~6월 ASCO에서 GI-101A로 불응성 방광암 완전관해(CR), 신장암 반응률(ORR) 40% 같은 숫자를 들고 나왔고요. 특히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임상 1상 데이터만으로 수천 건 초록 중 상위 5% 안에 드는 구두 발표에 뽑혔습니다. 둘 다 자기가 개발한 파이프라인을 세계에서 제일 큰 암학회 무대에 직접 올린 거예요.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딜도 상반기 내내 나왔습니다. 알테오젠은 플랫폼 기술(ALT-B4)로 테사로·바이오젠이랑 잇달아 계약했고, 한미약품은 소네페글루타이드(LAPS GLP-2)로 일라이 릴리랑, 오스코텍은 세비도플레닙으로 아지오스랑 손을 잡았어요. 플랫폼이나 파이프라인 경쟁력이 곧바로 딜로 바뀐 사례들이죠.

2026 상반기, K-바이오는 이미 증명 중

6. 그래서, 의박이라면 어떻게 볼까

저는 이걸 공포도 희망도 아니고 그냥 달력 보듯이 봅니다. 지켜볼 게 몇 개 있어요. 외국인이랑 기관 수급이 반도체에서 바이오로 조금이라도 트는지. 플랫폼 가진 주도주들의 기술이전이 실제로 터지는지. 정책 자금(국민성장펀드 같은)이 검증된 플랫폼 기업으로 흘러가는지. 이 셋이 맞물릴 때 온기가 넘어온다고 봐요. 제 주전공이 여기라, 이 지점을 제일 무겁게 봅니다.

여기서 하소연 하나 하자면요. 저는 이 판을 "미국이 오르니 우리도 오른다"는 식으로 편하게 안 봅니다. 그건 반도체 사슬에서나 되는 얘기예요. 바이오는 우리 종목이 데이터로 스스로 증명해서 딜 테이블에 앉아야, 그제야 그 온기가 내 계좌까지 옵니다. 지수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증명해서 환전하는 거죠.

따라갈까, 따로 갈까

7. 결론

코스닥도 제약·바이오도 올해 같이 크게 빠졌어요(6월 말 기준 KRX 헬스케어 -22%, 낙폭 2위). 반도체로 돈이 몰린 자리에서, 바이오는 빠질 땐 더 빠지고 오를 땐 소외되는 걸 반복했죠. 근데 저는 오히려 그렇게 많이 빠졌다는 게 하반기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눌렸으니까, 플랫폼 가진 주도 기업들이 기술이전이나 파트너십 한 방을 터뜨려 주면 다시 방향을 틀 여지가 있다고 봐요.

물론 마냥 좋게만 보는 건 아니에요. 미·이란 쪽 지정학 리스크도 남아 있고, 반도체 쏠림도 여전하고, 금리랑 환율도 부담이죠. 그래도 결론은 하나예요. 따라가는 게 아니라, 증명하고 환전하기. 저는 그렇게 지켜보려고 합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며, 투자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본 자료의 정확성이나 완전성은 보장되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의 근거 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