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금융위와 거래소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제약·바이오 판이 흔들리고 있어요. 그동안 R&D 조직을 자회사로 떼어내 몸값을 키우고, 나중에 그 자회사를 상장시켜 돈을 조달하던 공식이 사실상 막혔거든요. 그래서 지금 업계는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떼어냈던 자회사를 다시 본체로 끌어안는 중이에요. 일동제약도, 휴온스도, 알테오젠까지.
그런데 딱 한 곳이 거꾸로 갑니다. 종근당이에요. 다들 합치는 국면에 R&D 조직을 떼어내 뉴라테온이라는 별도 법인을 세웠거든요. 저는 이 장면에서 멈췄어요. 규제를 거스르는 걸까, 아니면 규제가 안 닿는 자리를 골라 앉은 걸까. 오늘은 이 대비를 뜯어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가 이 규제에서 진짜 걱정하는 부작용 하나도 짚을게요.
이 포스트 한눈에 요약!
- 7월 6일부터 중복상장이 '원칙 금지'로 바뀌었어요. 전면 금지는 아니고, 모회사 주주를 충분히 보호했을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구조입니다. 여당은 이걸 아예 법(자본시장법)으로 못박는 작업까지 하고 있고요.
- 핵심은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예요. 주주영향 평가, 보호방안 마련, 주주 동의 확인('3%룰'로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최종 의결, 단계별 공시.
- 그러자 제약·바이오가 일제히 '재통합'에 나섰어요. 일동제약은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했고, 휴온스는 휴온스랩 합병을 추진 중이며, 알테오젠은 자회사 IPO 대신 흡수합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근데 종근당은 정반대로 기술연구소를 떼어내 뉴라테온을 세웠어요. 재밌는 건, 합치는 쪽과 쪼개는 쪽이 떼어낸 물건의 성격이 정반대라는 겁니다.
- 그래서 제 결론은, 종근당이 규제를 거스른 게 아니라 '규제가 겨냥한 물건'이 아닌 걸 골랐다는 거예요. 합치는 건 돈 먹는 R&D(임상), 쪼갠 건 돈 버는 기술서비스입니다.
- 다만 제가 진짜 걱정하는 건 따로 있어요. 자회사 상장이라는 출구가 막히면, 그 앞단의 입구, 비상장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까지 닫힐 수 있다는 겁니다.
1. 무슨 일인가, 중복상장이 '원칙 금지'가 됐다
먼저 사실부터 봅시다. 7월 6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어요. 상장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시키려 할 때, 모회사 이사회가 다섯 가지 의무를 지도록 한 게 골자입니다.
내용을 보면 만만치 않아요. 첫째,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가와 지분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해야 하고. 둘째, 현금배당·자사주 소각·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같은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셋째, 주주와 소통해 동의를 확인해야 하는데, 여기서 **'3%룰'**이 적용됩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거예요. 넷째, 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사회가 최종 의결하고. 다섯째, 이 과정을 단계별로 공시해야 합니다. 해외 거래소에 상장할 때도 똑같이 적용되고요.
물적분할로 만든 자회사는 주주 동의가 아예 필수예요. 다만 자산·매출·영업이익이 모두 모회사의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는 이 동의 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여당(민주당)이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을 자본시장법에 담는 개정안을 준비 중입니다. 거래소 규정으로 두지 않고 법률로 끌어올리겠다는 거죠.
정리하면, 중복상장을 완전히 막은 건 아니지만 문턱을 아주 높게 올린 것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면,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만 상장시키고 모회사 주주는 주가 하락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돼왔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지난해 말 국내 상장사 시총에서 상장사 간 지분 보유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11.2%인데, 미국(0.05%)·일본(4%)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2. 그래서 다들 '다시 합치는' 중입니다
규제가 바뀌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곧바로 반응했어요. 떼어냈던 자회사를 도로 끌어안는 겁니다.
일동제약이 가장 빨랐어요. 2023년 R&D 부문을 물적분할해 유노비아를 세웠는데, 올해 6월 다시 흡수합병했습니다. 지분 100% 자회사라 합병비율은 1대 0, 신주도 합병교부금도 없었어요. 회사 체계를 단순화해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고요.
휴온스는 지금 진행형입니다.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의 비상장 자회사 휴온스랩을, 상장사 휴온스가 흡수합병하는 구조예요. 휴온스랩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꾸는 '하이디퓨즈' 플랫폼을 가진 R&D 회사인데, 매출 기반이 없어 지난해 영업손실이 100억 원대였습니다. 매출이 탄탄한 휴온스에 붙여 안정적인 R&D 기반을 만들겠다는 계산이죠.
그런데 여기서 갈등이 터졌어요.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이 반발한 겁니다. "휴온스랩의 잠재가치를 보고 휴온스글로벌에 투자했는데, 그 가치가 휴온스로 넘어가면 우리 회사 가치가 희석되는 거 아니냐"는 거죠. 실제로 합병설이 돌던 5월 중순, 휴온스글로벌 주가가 3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회사는 임시주총을 열려다 가이드라인 발표를 보고 일정을 미뤘고요. 3%룰이 적용되면 윤성태 회장 측 지분(57%대)이 3%로 제한되니, 소액주주(34%대)의 의중이 결정적이 됩니다.
알테오젠도 방향을 틀었어요. 바이오시밀러 자회사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추진했는데, 규제가 나오자 상장 대신 흡수합병을 검토 중입니다. 이 회사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로 유럽 시판 허가까지 받은 곳이라 별도 상장으로 몸값을 인정받으려 했던 건데, 그 길이 막힌 거죠.
3. 제가 제일 하고 싶은 얘기, 그런데 종근당은 거꾸로 쪼갭니다
자, 여기가 오늘 글의 알맹이예요. 다들 합치는 이 국면에, 종근당은 정반대로 갔습니다.
종근당은 효종연구소 산하 기술연구소를 분사해 뉴라테온이라는 별도 법인을 세웠어요. 제형·분석·제제·약물전달시스템(DDS) 기능을 떼어낸 겁니다. 초기엔 종근당이 맡긴 과제를 수행하고, 이후 국내외 고객사로 서비스를 넓혀 B2B 매출을 만들겠다는 구상이고요.
처음엔 '규제를 거스르나?' 싶었는데, 뜯어보니 전혀 다른 얘기더군요. 합치는 쪽과 쪼개는 쪽이 다루는 물건의 성격이 정반대입니다.
일동제약의 유노비아, 휴온스의 휴온스랩. 이들이 뭐였죠?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허가·사업화를 맡는 조직이에요. 매출은 거의 없고 개발비만 몇 년씩 들어가는, 한마디로 '돈 먹는 R&D'입니다. 이런 조직은 본체에 붙여야 자금과 생산·영업 인프라를 한곳에서 배분할 수 있어요. 게다가 이런 자회사는 미래 가치가 크게 매겨지니 규제상 '중요 자회사'로 잡혀 주주 동의 절차를 피하기 어렵고요.
반면 종근당이 떼어낸 뉴라테온은요? 제형·분석 같은 기술 서비스입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남의 약을 만들어주고 분석해주는 수주형 사업이에요. 여러 제품(신약·개량신약·제네릭·OTC)에 반복 적용할 수 있고, 고객사별로 계약·납기·단가를 따로 관리할 수 있죠. 한마디로 '돈 버는 서비스'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떼어낸 게 '비용'이냐 '매출'이냐에 따라 분사의 논리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비용 덩어리(임상 조직)를 떼어내 자회사로 상장시키는 건 딱 규제가 겨냥한 그림이지만, 매출을 만드는 서비스 조직을 독립시키는 건 결이 다릅니다. 외부 고객을 받으려면 오히려 별도 법인이 유리해요. 정보보호도 법인 단위로 짜야 하고, 손익도 따로 관리해야 하니까요.

4. 여기서 한 꺼풀 더, 종근당의 진짜 의도는 뭘까
그럼 종근당은 무슨 그림을 그리는 걸까요. 저는 세 가지로 읽습니다.
하나, CDMO/CRO형 사업으로의 전환. 제형·분석·DDS는 남에게 팔 수 있는 기술이에요. 이걸 별도 법인으로 만들어 외부 수주를 받으면, 연구소가 '비용 부서'에서 '매출 부서'로 바뀝니다. 제가 최근 수출 글에서 짚었듯, 지금 K바이오에서 실제로 달러를 벌어오는 건 화려한 신약이 아니라 CDMO와 시밀러예요. 종근당이 그 결에 발을 담그는 겁니다.
둘, 약가 규제에 대한 대응. 요즘 약가제도 개편으로 제네릭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이 압박을 받고 있어요. 휴온스가 휴온스랩을 합치려는 이유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노려서고요. 종근당도 R&D 투자를 늘리는 중인데(1분기 R&D비 388억→500억, 매출 대비 9.7%→11.2%), 기술 조직을 독립시켜 수익을 내게 만들면 R&D를 유지하면서도 부담을 던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셋, 그리고 이건 제 추측인데, 미래의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 지금은 상장 얘기가 없지만, 뉴라테온이 외부 매출을 만들며 독립 회사로 커지면 얘기가 달라져요. 규제도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영업·경영의 독립성이 있느냐'를 예외 인정의 핵심으로 봅니다. 지금부터 외부 고객을 받고 반복 수주를 쌓아두면, 나중에 그 독립성을 증명할 재료가 되죠. 물론 종근당은 "초기엔 종근당 과제를 중점적으로 맡는다"고 했고, 그 단계에선 독립성 요건을 채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뉴라테온의 첫 시험대를 '외부 매출 비중'으로 봅니다. 내부 과제만 하는 연구소면 그냥 이름만 바뀐 거고, 외부 수주가 붙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진짜 별도 회사예요.
5. 그런데 저는 이게 걱정됩니다, 출구가 막히면 입구도 닫힌다
여기까지가 개별 기업의 대응이라면, 이제 산업 전체 얘기를 해야죠. 저는 이 규제에서 진짜 우려하는 대목이 따로 있습니다.
자회사 상장은 단순히 '몸값 부풀리기' 수단만이 아니었어요.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였습니다. 바이오텍에 투자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니에요.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넣는 대신, 언젠가 원금과 수익을 회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영권 없는 소수지분이나 CB·RCPS로 들어간 FI는 지분을 따로 팔기가 쉽지 않아요. 결국 IPO가 사실상 유일한 퇴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퇴로가 좁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순서가 이렇습니다. 자회사 상장이 어려워진다 → FI의 회수 통로가 막힌다 → FI가 더 높은 수익률과 엄격한 상환 조건을 요구하거나, 아예 투자를 접는다 → 비상장 바이오텍의 돈줄이 마른다.
제가 얼마 전 CB 악순환 글에서 이런 얘기를 했죠. 이익이 없는 바이오텍은 결국 조달로 버티는데, 그 조달이 꼬이면 회사가 망가진다고요. 여기에 이 규제가 겹치면, 자금줄이 또 하나 좁아지는 셈입니다. 그리고 자금력 있는 제약사들도 계산을 다시 하게 돼요. "이 비상장 바이오텍에 투자해도, 나중에 상장시켜 값을 인정받기가 어렵겠는데?" 이런 판단이 서면 초기 투자를 지양하게 되겠죠. 벤처·VC 업계가 지금 "쪼개기 상장은 막되 성장자본의 퇴로까지 닫지는 말아달라"며 별도 심사 트랙을 요구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물론 규제의 문제의식 자체는 저도 동의해요. 알짜 사업을 떼어 상장시키고 모회사 주주만 손해 보는 구조는 분명히 잘못됐습니다. 다만 그 그물이 너무 촘촘하면, 편법을 잡으려다 정상적인 성장자본까지 걸러낼 수 있어요. 편법적 쪼개기와 진짜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은 구분돼야 한다고 봅니다.

6. 그래서, 의박이라면 어떻게 볼까
저는 이 이슈도 공포도 희망도 아니고 그냥 달력으로 봅니다. 지켜볼 게 세 개예요.
하나, 휴온스글로벌 임시주총. 3%룰이 실제로 적용되면 최대주주(57%대)의 의결권이 3%로 묶이고, 소액주주(34%대)가 사실상 결정권을 쥡니다. 이 규제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줄 첫 시험대라, 저는 이 결과를 제일 먼저 챙겨볼 생각이에요. 여기서 부결되면 다른 기업들의 합병·분할 계획도 줄줄이 영향을 받습니다.
둘, 뉴라테온의 외부 매출. 종근당의 분사가 '이름만 바꾼 연구소'인지 '진짜 독립 사업'인지는 외부 수주가 답합니다. 내부 과제 매출은 연결 과정에서 지워지니, 그룹 외형이 커지려면 외부 고객이 붙어야 해요. 반복 수주가 쌓이는지를 보면 됩니다.
셋, 규제의 결이 다듬어지는지. 벤처·VC 업계가 별도 심사 트랙, 3%룰 완화, 국가전략산업 예외를 요구하고 있어요. 법제화 과정에서 이런 예외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는지가, 이 규제가 '주주 보호'로 끝날지 '자금 경색'으로 번질지를 가릅니다.
여기서 작은 하소연 하나. 저는 이 규제가 방향은 맞다고 봅니다. 모회사 주주가 알짜를 뺏기고 껍데기만 쥐는 일은 없어져야죠. 다만 바이오는 좀 억울한 면이 있어요. 이 판은 애초에 돈을 태워야 신약이 나오는 구조인데, 그 돈줄이 하나씩 좁아지고 있거든요. 코스닥 상장 문턱도 높아졌고, CB는 풋옵션 폭탄이 됐고, 이제 자회사 상장까지 어려워졌습니다. 규제가 하나씩 놓일 때마다 명분은 다 옳은데, 다 합쳐놓고 보면 신약 개발할 돈이 어디서 나오나 싶어요. 그 그물에 편법만 걸리고 진짜 연구는 빠져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7. 결론
중복상장 규제는 방향이 옳습니다. 알짜를 떼어 상장시키고 모회사 주주는 손해 보는 구조를 막겠다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약·바이오는 지금 일제히 자회사를 다시 끌어안는 중입니다. 일동제약도, 휴온스도, 알테오젠도요.
그런데 종근당은 거꾸로 쪼갰어요. 저는 이걸 '규제를 거스른 것'이 아니라 '규제가 겨냥하지 않은 물건을 고른 것'으로 읽습니다. 다들 합치는 건 돈 먹는 임상 조직이고, 종근당이 떼어낸 건 돈 버는 기술 서비스거든요. 같은 규제 아래서도, 무엇을 떼어내느냐에 따라 길이 갈린다는 걸 보여준 셈이죠. 이제 남은 건 뉴라테온이 정말 외부 매출을 만들어 독립 회사로 서는지입니다.
그리고 하나만 더. 저는 이 규제가 바이오의 자금줄을 얼마나 조일지를 계속 볼 겁니다. 헤드라인이 '중복상장 금지'를 외칠 때, 투자자가 할 일은 그 규제가 '누구의 돈줄을 막는지'를 보는 겁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며, 투자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본 자료의 정확성이나 완전성은 보장되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의 근거 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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