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이데일리가 연 'K-제약바이오 헬스케어 미국 수출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 그 문 앞에 선 K-바이오 기업들을 위해 먼저 그 문을 통과해본 회사와 문턱을 설계하는 전문가들이 나란히 나온 자리였어요. 네 개의 강연을 듣고 나니, 결국 '제품이 좋으냐'가 아니라 '들어갈 준비가 됐느냐'가 미국 진출의 진짜 관문이더군요. 그 얘기를 풀어봅니다.

7월 15일 서울 KG타워 지하 1층 KG하모니홀. '미국 수출 경쟁력 강화'를 부제로 단 자리였습니다. 팜이데일리가 주최하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IA)와 와이즈버즈가 후원했어요. 업계 80개사, 120명이 모였다니 미국 시장을 향한 갈증이 그대로 드러난 규모였습니다. 강연 순서도 실용적이었어요. 미국에 실제로 안착한 회사가 경험을 풀고, 통관·규제 전문가가 실행 뼈대를 세우고, 마지막에 현지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경험 → 제도 → 마케팅'의 흐름이라, 미국 진출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훑을 수 있었습니다.
첫 강연은 김래희 클래시스 본부장이 '보호무역 기조 속 안착 경험과 시장 확장 전략'을 주제로 성공 사례를 풀며 문을 열었습니다. 글로벌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클래시스는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장비 4만5,000대 이상을 깔아둔 회사인데, 2024년 미국에 본격 진출해 론칭 첫해에 FDA 승인과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동시에 잡았다고 해요. 인상적이었던 건 준비 기간이었습니다. 미국에 들어가기까지 2년 넘게 준비했고, 시장 조사에만 1년 이상을 썼다고 했어요. "미국 시장은 단순 매출이 아니라 전 세계 확장을 위한 가장 강력한 레퍼런스"라는 말이 핵심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증명하면 그게 다른 나라로 가는 여권이 된다는 거죠.
현지화 얘기가 특히 구체적이었어요. 국내에서 '볼류머(Volnemer)'로 팔던 제품을 미국에선 '에버레스(Everesse)'로 이름을 바꿔 유통한다고 합니다. 한글 메시지를 번역하는 게 아니라 미국 소비자의 언어로 다시 만든다는 원칙이고요. "미국에선 영업보다 마케팅이 먼저 움직인다", KOL·인플루언서·지역 타깃 마케팅·교육을 묶어 초기 신뢰를 쌓는다는 대목도 메모해뒀습니다. 진출 방식은 직접 진출과 현지 파트너 중 후자를 택했는데, 영업조직·마케팅 역량·KOL 네트워크·재무 안전성 등 7가지 기준으로 대리점을 골랐다고 했어요.
두 번째로 지승권 넥스트관세법인 대표가 '미국 수출입 물품의 통관 A-Z와 리스크 사례'를 주제로 올랐는데, 이 강연이 세미나의 뼈대였습니다. 관세 전문가답게 "미국은 기회의 시장이지만, 준비 안 된 기업에겐 가장 높은 장벽"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어요. 핵심은 허가·관세·물류·통관·사후관리까지 '설명 가능한 구조'를 만들라는 거였습니다. 출발점부터 짚어주셨어요. 제품을 FDA 분류와 관세 분류 두 관점에서 동시에 봐야 한다는 것. 이 둘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체외진단의료기기는 FDA 규제상 의료기기지만 관세 분류로는 진단용 시약(3822호)으로 잡힐 수 있다고 해요. 이걸 놓치면 관세부터 어긋나는 거죠.
실무 포인트가 촘촘했습니다. 의약품·의료기기는 미국 기본세율이 무관세인 경우가 많지만 예외에 대비해 원산지 검증 자료를 챙겨둘 것, 무관세여도 정식 통관에선 물품취급수수료(MPF) 같은 게 붙는다는 것, 수입신고자(IOR)가 누구냐에 따라 FTA 신청·FDA 수입신고·관세환급 권리가 다 갈린다는 것. 통관은 CBP(세관국경보호국)와 FDA 심사가 결합된 이중 구조라 등록정보와 서류가 일치하는지 봐야 하고, 사후관리에선 올해 신설된 의료기기 품질관리규정(QMSR)을 숙지해 ISO 13485 인증서만이 아니라 실제 운영기록으로 설명 가능한 구조를 갖추라고 했어요. 마지막엔 "정부지원사업을 묶어서 활용하라"는 실속 있는 조언까지. 이 강연 내용을 한 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0분 브레이크타임에는 과일컵과 카나페, 쿠키가 나왔는데 알차서 잠깐의 휴식이 달았습니다.
이어 김예은 틱톡코리아 버티컬헤드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틱톡을 통한 미국 현지 마케팅 성공사례'를 발표하며 결이 마케팅으로 넘어갑니다. 미국 제약·바이오의 소비자 대상 광고(DTC) 중심축이 TV가 아니라 SNS로 옮겨갔다는 게 골자였어요. 핵심은 "노출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Action)까지 연결"하는 것. 브랜딩과 퍼포먼스를 따로 굴리던 시대는 끝났고, 발견-비교-검색-공유-검증-구매가 하나로 이어지는 '풀퍼널(Full Funnel)'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소비자 데이터였어요. 디지털이 발달하면 쇼핑이 쉬워질 줄 알았는데, 조사에선 오히려 71%가 "구매 결정이 개선 안 됐거나 더 복잡해졌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많이 노출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 적절한 정보를 줘서 결정을 돕는 브랜드가 이긴다는 거죠.
틱톡샵 얘기도 실용적이었습니다. 칸타 분석에서 틱톡이 구매 의향을 높이는 데 TV보다 약 4배 효과적이었다는 수치, 그리고 한국 판매자를 위한 L2L(Local to Local) 모델이 생겨 한국 여권과 국내 연락처로도 입점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미국 진출 문턱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얘기라 귀가 솔깃했어요.
마지막은 최호준 와이즈버즈 대표의 '미국 시장 진출 시, 마케팅 파트너 선정을 위한 가이드'였습니다. "천문학적 마케팅 비용과 복잡한 규제, 이 두 장벽을 SNS로 넘자"는 제안이었어요. 미국 의료기기 시장이 2025년 약 285조 원으로 글로벌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격전지라는 숫자로 판을 깔았습니다. 국내 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네 가지가 뼈아팠어요. 단순 직역에 그친 현지화 실패, FDA·HIPAA 규제 무지, 매체 최적화 없는 광고비 지출, 시차 대응 지연. 특히 FDA의 '페어 밸런스' 원칙(효능과 위험을 동등하게 표기)이 SNS 게시물에도 적용돼, 컴플라이언스를 사전에 못 잡으면 캠페인 자체가 중단된다는 경고가 인상적이었어요. 2025년 한 해에만 경고장이 200건 넘게 발부됐다니까요.
해법은 '디지털 미디어 파트너십 레벨' 검증이었습니다. 광고가 거절됐을 때 플랫폼 본사와 직접 소통해 하루 안에 푸는 파트너를 골라야 비용 누수를 막는다는 것. AI 리스크 관리 도구로 규제를 사전 스크리닝하라는 조언도 요즘답고요. 다만 "통계적 유의미성을 보려면 최소 1억 원 이상 예산을 잡으라"는 현실적인 숫자엔, 벤처 입장에선 살짝 무거운 문턱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의박이의 시선
네 강연을 관통하는 한 줄은 분명했습니다. 미국은 '제품이 좋으면 팔린다'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거예요. 클래시스는 2년 준비와 이름 교체로, 넥스트관세법인은 7단계 실행체계로, 틱톡·와이즈버즈는 규제를 통과하는 마케팅으로, 각자 다른 자리에서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약을 만드는 것과 그 약을 미국에서 파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요.
저는 여기서 두 가지를 챙겼습니다. 하나, 미국 진출은 R&D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점. 우리 바이오 기업들은 그동안 '임상 성공 = 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세미나가 보여준 건, FDA 승인은 출발선일 뿐이고 그 뒤에 관세·통관·물류·현지 마케팅이라는 긴 트랙이 있다는 겁니다. 넥스트관세법인이 강조한 "설명 가능한 구조"라는 말이 계속 남아요. 허가만 받고 그 뒤를 설계 안 하면, 문 앞에서 서류 하나에 막히는 게 미국이라는 거죠.
둘, 현지화는 번역이 아니라 재창조라는 점. 클래시스가 '볼류머'를 '에버레스'로 바꾼 건 단순한 작명이 아니에요. 한국에서 통한 논리가 미국에선 안 통한다는 걸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짠 겁니다. 저는 이게 제일 어려운 대목이라고 봐요. 자기 제품에 대한 확신이 강할수록 "이 좋은 걸 왜 못 알아봐" 하기 쉬운데, 그 확신을 내려놓고 현지 언어로 다시 만드는 게 진짜 현지화니까요.
다만 냉정하게 짚을 것도 있습니다. 마케팅 세션들이 그리는 그림은 매력적이지만, "최소 1억 원 예산"이나 "탑티어 파트너십 검증" 같은 전제는 자금 여력이 빠듯한 초기 바이오텍에겐 또 다른 장벽이에요. SNS가 문턱을 낮췄다지만, 그 문턱을 넘을 실탄이 없는 회사에겐 여전히 먼 얘기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세미나의 교훈은 "미국은 준비된 회사에게 열린다"인데, 그 '준비'에는 시간과 돈이라는 값이 붙는다는 것. 그 값을 감당할 체력이 있는 회사부터 문을 넘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K-바이오의 미국 진출을 볼 때, '어떤 파이프라인이 좋냐'만큼이나 '이 회사가 그 뒤의 실행체계를 감당할 체력이 있냐'를 같이 보려고 해요. 클래시스가 보여준 건 결국 제품력이 아니라 준비의 밀도였으니까요.
여담
경품추첨이 있었는데, 내심 기대했지만 제 번호는 끝내 불리지 않았다는 건 비밀입니다. 마지막 순서였던 기업별 맞춤 컨설팅은 다음 미팅 일정이 있어 아쉽게 자리를 떴고요. 오늘 챙긴 한 줄은 넥스트관세법인 지 대표의 "설명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미국 세관 앞에서든 FDA 앞에서든, 결국 '왜 이렇게 했는지'를 서류로 설명할 수 있어야 통과한다는 것. 회사도, 파이프라인도, 그리고 그 회사를 고르는 투자자도 마찬가지겠지요. 좋다고 우기는 게 아니라, 왜 좋은지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며, 투자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본 자료의 정확성이나 완전성은 보장되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의 근거 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출처: 제1회 팜이데일리 K-제약바이오 헬스케어 세미나 '미국 수출 경쟁력 강화'(2026.7.15, KG타워 KG하모니홀) 현장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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