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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금융

딜사이트 제약바이오 포럼 참관기 — 45%의 시대, 남을 회사를 세어봤습니다

by 의박이 2026. 7. 16.

딜사이트 제약바이오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제네릭 산정률이 53.55%에서 45%로 내려가는 8월을 앞두고, 제도를 만든 사람과 그 제도에 대응할 사람이 나란히 나온 자리였어요. ADC 시장과 하반기 증시 전망까지 네 개의 강연을 듣고 나니, 결국 남을 회사와 사라질 회사를 세어보게 되더군요. 그 얘기를 풀어봅니다.

 

딜사이트 제약바이오 포럼

7월 1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 6층. 'K-제약바이오, 변곡점 넘어 지속성장 해법을 찾다'라는 제목을 달고 열린 자리였습니다. 강연 순서가 꽤 노골적이었어요. 제도를 설계한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정책실장, 그 제도에 대응하는 김성태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산업의 다음 먹거리를 파는 남해연 우시바이오로직스 APAC CMC 디렉터, 그리고 값을 매기는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 세 시간 동안 그 넷을 차례로 들었습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정책실장, '이재명 정부 약가제도 패러다임의 전환'

조 실장님은 일곱 개의 질문으로 강연을 짰습니다. 왜 지금 약가 개편인가,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갈등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책 설계자가 자기 제도를 변호하는 자리였지만 논리는 담백했어요. 제네릭 난립이 R&D를 위축시키고, 신약이 없으니 비싼 수입 신약에 기대게 되고, 그게 다시 건보 재정을 압박한다는 고리. 이걸 끊지 않으면 산업도 재정도 함께 무너진다는 진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개편은 단순한 가격 통제가 아니라 "제로섬 게임을 플러스섬 사회계약으로 바꾸는 시스템적 전환"이라고 했어요.

이어진 김성태 변호사님 강연은 그 제도를 실무 단위로 해부하는 자리였습니다. 두 강연에서 건진 숫자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제네릭 산정률은 53.55%에서 45%로 내려가고 8월부터 단계 시행됩니다. 신규 제네릭만이 아니라 기등재 약제도 대상이에요. 2012년 이전 등재분은 올 연말부터 6년, 2013년 이후 등재분은 2030년부터 6년. 총 10년에 걸친 대장정입니다. 다만 혁신형 제약기업은 49%에서 4년, 준혁신형은 47%에서 3년 특례기간을 받고, 신규 제네릭 가산도 혁신형 60%, 준혁신형 50%로 갈립니다. 인증 간판 하나가 4년치 마진을 지켜주는 셈이죠.

45%라는 숫자의 출처가 재미있었어요. 정부는 40% 초반을 고수했고 업계는 48% 내외를 던졌는데, 벤치마크였던 프랑스(50)와 일본(40) 사이 어딘가에서 봉합됐다는 게 조 실장님의 설명이었습니다.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협상의 결과였던 거죠. 정책 설계자가 이걸 직접 인정하는 자리라 오히려 신뢰가 갔습니다.

변호사님은 여기에 실무자의 칼을 댔습니다. 45%를 산출할 기준 시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9월설, 11월설이 돕니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이제 'A8 국가가 재평가에 착수했다더라' 정도의 신호만으로도 불려 나갈 수 있어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무엇보다 일본은 약가제도 개편에 5년을 썼는데 우리는 작년 11월 발표 후 4~5개월 만에 확정했다는 대목이 뼈아팠어요. 사라진 줄 알았던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도 없어진 게 아니라 '주기적 약가 평가·조정 체계'(2030년~) 안에 녹아 들어갔을 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고요.

남해연 우시바이오로직스 디렉터, World ADC Awards 3년 연속 Best CDMO

세 번째 강연에서 결이 완전히 바뀝니다. ADC 얘기였어요. 숫자부터 옮기면, ADC 시장은 2024년 약 132억 달러에서 2030년 662억 달러로 연평균 30% 넘게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항암 영역에서 이 정도 성장률은 흔치 않아요. 지금까지 보고된 ADC 후보물질은 약 2,960개인데 허가받은 건 22개, 1%가 채 안 됩니다. 그런데 그 22개 중 18개가 2018년 이후 승인이에요. 최근 몇 년 사이 문이 갑자기 열린 겁니다. 2025년 한 해에만 130개가 임상 1상에 진입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같은 해 ADC 관련 라이선싱과 M&A가 130건, 계약 규모는 7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 관련 딜이었고요.

기술 트렌드는 여섯 갈래로 정리해주셨는데, 병용요법을 통한 1차 치료제 라인 전진, 후기 임상 물질의 허가 러시, 이중항체 ADC와 듀얼 페이로드 ADC, 신규 타깃과 노블 페이로드, RDC(방사성 동위원소 접합체), 그리고 AOC·APC·DAC를 아우르는 XDC로의 확장으로 요약됩니다. ADC가 하나의 약물 형태를 넘어 '접합'이라는 플랫폼 개념으로 진화 중이라는 얘기였어요.

가장 흥미로웠던 건 DAR(항체당 약물 개수) 이야기였습니다. 2004년의 고전 데이터로 DAR 2, 4, 8을 비교했더니 DAR 4가 8보다 좋았다는 겁니다. 페이로드를 많이 붙일수록 좋을 것 같지만, DAR 8은 소수성이 커지면서 혈중 안정성과 PK가 무너져 오히려 효능이 떨어진다는 거죠. 무작정 많이 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한 장으로 보여준 슬라이드였습니다.

마지막은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 애널리스트 출신이라 숫자를 던지는 방식이 익숙하고 반가웠습니다.

첫 장부터 잔인했어요. 국내 증시 섹터별 비중이 2025년 초 의료 11%에서 2026년 6월말 3.9%로 내려앉았습니다. 같은 기간 IT는 38%에서 64.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수급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 시장에서, 미래가치로 평가받는 바이오는 '증명되지 않은 성장주'로 분류돼 뒤로 밀렸다는 진단이었습니다.

부진의 원인은 본질과 외부로 나눴어요. 본질은 신뢰 상실입니다. 기술수출 총액은 역대 최대인데 실수령 계약금은 미미했고, R&D보다 자금조달과 상장유지에 힘을 쏟았고, 화장품과 건기식으로 본업을 이탈했죠. 외부는 투자 쏠림입니다. AI와 반도체라는 메가트렌드, 금융·방산·조선·건설이라는 '실적 있는 대체재'의 등장, 그리고 금리. 여기에 코로나 시절 조달한 자금의 5년 만기 청구서가 올해 돌아온다는 지적까지 더해졌습니다. 하반기 전망은 한 줄이었어요. 드라마틱한 반등은 어렵고 박스권이 이어질 것.

의박이의 시선

먼저 약가. 저는 이번 개편에 찬성하는 쪽입니다. 제네릭에 지나치게 기대어 온 구조가 신약 R&D를 갉아먹고 원료 공급망을 취약하게 만들고 건보 재정을 압박해 왔다는 진단에 동의해요.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고 그 시점이 지금일 뿐입니다.

다만 걸리는 게 있습니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이미 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왔죠. 새 제도를 얹기 전에 기존 제도가 왜 유명무실해졌는지부터 복기하지 않으면 새 제도도 같은 길을 갑니다. 그리고 정작 손봐야 할 건 신약 약가예요. 케이캡정 50mg의 국내 상한가는 1정에 1,300원, 2019년 등재 이후 그대로입니다. 같은 P-CAB인 다케다의 다케캡 20mg은 일본에서 136.7엔이니 우리 돈 1,300원 남짓이고요. 그런데 같은 성분(보노프라잔)이 미국에서는 보퀘즈나라는 이름으로 30정에 702.98달러, 1정에 3만 원이 넘습니다. 한국의 20배가 넘어요. 다케다가 한국에 다케캡을 들여오지 않는 것도 저는 여기서 이유를 찾습니다. 게다가 한국 약가는 다른 나라의 참조가격으로 파생돼요. 여기서 낮게 받으면 우리 신약이 해외에서 제값을 못 받는 족쇄가 됩니다. 제네릭을 깎아 확보한 재정이 신약의 가치 보상으로 환류되지 않으면 이번 개편은 그냥 깎기로 끝납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마찬가지예요. 약가 인하 국면에서 몸값은 확실히 올라갈 텐데, 정작 바이오텍은 이 판에 낄 수가 없습니다. 인증 기준이 의약품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거든요. 매출이 없으면 분모가 없죠. 신약만 만드는 회사들이 혁신형에서 빠지는 구조는 다음 개편에서 손봐야 합니다.

그래도 이번엔 진짜 구조조정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2012년 일괄인하 때는 버티면 되는 문제였지만, 이번엔 기등재까지 10년에 걸쳐 훑는 데다 CSO와 공동생동까지 후속 입법이 예고돼 있어요. 단기 비용은 나오겠지만 중장기로는 경쟁력 있는 회사만 남는 것, 그게 이 제도가 의도한 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M&A 시장을 봅니다. 매물이 쏟아질 텐데, 제가 눈여겨보는 건 한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한 회사들이에요. ODF나 파스 설비를 가진 곳, 이성질체 개량신약이나 DDS 기술을 쥔 곳, 정신과·마취과·점안제처럼 아무나 못 들어오는 시장을 지킨 곳. 그리고 의외의 복병으로 OTC 브랜드를 가진 제약사. 제네릭 약가 인하에서 한 발 비껴 서 있고, 소비자가 직접 찾는 비중은 오히려 늘고 있으니 알짜 매물이 될 겁니다.

ADC 강연은 솔직히 절반 이상이 우시 회사 소개라 후반부엔 집중력이 좀 흩어졌어요. 그래도 우시를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가 됐고, 론자·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탑티어로 불리는 게 괜히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아웃소싱 비율이 60%라는 건 그만큼 공정이 어렵다는 뜻이고, 어렵다는 건 해자라는 뜻이기도 하죠. 리가켐바이오나 오름테라퓨틱처럼 이 판에서 증명한 회사들이 있으니 남 얘기도 아니고요. 다만 2,960 대 22의 게임에서 "우리도 ADC 합니다"로는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장. 11%에서 3.9%라는 숫자 앞에서는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그것도 6월말 기준이에요. 7월 들어 부진이 더 깊어졌으니 지금은 더 내려갔을 겁니다. 저도 하반기에 우리 업종이 좋았으면 하지만, 금리 인상과 코스닥 승강제와 약가 제도가 동시에 걸린 상황에서 주도 섹터로 올라서기는 어렵다고 봐요. 지난 증시전망 세미나 참관기와 같은 자리로 돌아온 셈입니다. 섹터가 아니라 종목의 시간이라는 것. 다만 하락 폭이 깊어진 만큼, 임상 데이터든 기술이전이든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는 기업은 오히려 부담 없이 재평가받을 여지가 생겼습니다. 고를 물건이 싸진 구간이기도 하니까요.

여담

포럼 오찬

오찬은 콘래드답게 훌륭했습니다. 레드와인 소스를 두른 안심에 새우와 아스파라거스. 오늘 챙긴 한 줄은 조 실장님이 등재 절차를 설명하며 쓴 비유였어요. "입학 정원제에서 졸업 정원제로." 들어오기는 쉬워졌지만 남아 있으려면 계속 증명해야 하는 시대. 회사도, 파이프라인도, 그 회사를 고르는 투자자도 마찬가지겠지요.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며, 투자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본 자료의 정확성이나 완전성은 보장되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의 근거 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출처: 딜사이트 제약바이오 포럼 'K-제약바이오, 변곡점 넘어 지속성장 해법을 찾다'(2026.7.14, 여의도 콘래드호텔 6층 스튜디오) 현장 청취

 

※ 참고 — 이 글은 제가 붙잡아온 '약가 개편' 시리즈에서 이어집니다.
① 약가 인하 시대, 제약사가 '혁신형 제약기업'에 사활 거는 이유 (https://uibaki.tistory.com/23)
② R&D 제약사 약가 30% 깎아준다, 규칙이 또 바뀌었다 (feat. PVA 환급계약) (https://uibaki.tistory.com/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