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눈이 번쩍 뜨이는 뉴스가 하나 나왔어요.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하루 만에 92% 폭락한 끝에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는 소식입니다. 그냥 많이 빠진 게 아니에요. 순자산가치(NAV)가 마이너스로 떨어져서, 투자자가 청산 후 돌려받을 돈이 한 푼도 없습니다. 표면만 보면 '미국 전기차주 폭락' 해외토픽이지만, 저는 여기서 두 가지를 읽었어요. 하나는 이게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레버리지 ETF라는 상품의 설계에 이미 박혀 있던 결말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바로 지금 우리 시장에서 논란인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뼈대가 똑같다는 점이요. 오늘은 이 사건이 왜 남의 일이 아닌지를 짚습니다. 종목 얘기가 아니라 구조 얘기예요.
※ 참고 — 이 글은 제가 이어온 레버리지 ETF 시리즈의 연장입니다. 지난 편에서 저는 "규제는 사는 문턱만 높였지, 음의 복리라는 진짜 병은 상품 안에 그대로 남았다"고 썼는데, 그 병이 극단까지 간 실제 사례가 이번에 미국에서 터졌어요. (https://uibaki.tistory.com/74)
1. 무슨 일이 있었나
먼저 사실부터 봅시다. 문제의 상품은 자산운용사 그라나이트셰어스가 굴리던 '2x 롱 LCID 데일리 ETF'예요. 루시드 주가의 하루 등락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사건은 14일(현지시간)에 시작됐어요. 유동성 위기와 파산설에 휩싸인 루시드 주가가 장중 50% 넘게 폭락했습니다. 그러자 이 ETF의 2배 레버리지를 만들어주던 스와프(파생) 계약의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를 행사해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했어요. 기초자산의 2배를 추종하는 구조라, 기초가 반토막 나자 ETF의 순자산가치가 아예 마이너스로 뒤집혔습니다. 운용사 집계로 주당 -0.016달러, 우리 돈 약 -24원이에요. 거래소는 거래를 중단시켰고, 상장폐지·청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제일 아픈 대목. 운용사는 "청산 시 투자자에게 분배할 자산이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어요. 반토막도, 90% 손실도 아니라 전액 손실입니다. 그리고 운용사는 이 위험이 투자설명서에 이미 적혀 있었다고 해명했어요. "기초 주식이 하루 50%를 초과해 하락하면 레버리지 ETF가 순자산을 초과하는 손실을 볼 수 있고, 스와프 상대방이 즉시 거래를 종료할 수 있다"고요. 즉 사고가 아니라, 설명서에 예고돼 있던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이 된 겁니다.

2. 왜 이게 '개별 사고'가 아닌가
여기서부터가 제가 주목한 대목이에요. 많은 분이 이 뉴스를 "망해가던 전기차 회사 하나가 폭락한 해외 얘기"로 넘길 텐데, 저는 정반대로 봅니다. 이건 특정 종목의 사고가 아니라, 레버리지 ETF라는 상품이 가진 구조적 바닥을 보여준 사건이에요.
지난 편에서 제가 음의 복리를 설명하면서 "기초자산은 본전인데 레버리지는 손실"이라고 했잖아요. 그건 급등락이 반복될 때 수익률이 조금씩 깎이는, 말하자면 만성질환이에요. 그런데 이번 루시드 건은 그 병의 급성 발작판입니다. 기초자산이 하루에 50%를 넘게 빠지면, 2배 레버리지는 이론적으로 -100%, 즉 자산이 통째로 증발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 스와프 상대방의 강제청산이 얹히면 회복할 틈도 없이 상장폐지로 직행합니다. '반토막'이 아니라 '증발'인 거죠.
핵심은 이겁니다. 이 결말은 운용사가 실수해서 벌어진 게 아니에요. 2배 레버리지라는 설계 자체에 원래부터 들어 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동된 것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루시드의 문제'가 아니라 '레버리지 ETF의 문제'로 봐요. 기초자산이 뭐든, 그게 하루에 반토막 날 수 있는 자산이라면 2배 레버리지는 언제든 이 길로 갈 수 있습니다.
3. 그런데, 박수 칠 일도 아니지만 과장할 일도 아닙니다
방향은 무섭지만, 냉정히 짚을 대목도 있어요. 저는 이 뉴스로 겁만 주고 싶진 않거든요.
첫째, 이번 건은 기초자산이 하필 '루시드'였다는 특수성이 큽니다. 유동성 위기에 파산설까지 도는, 하루 50% 폭락이 실제로 가능한 부실 종목이었어요. 우량 대형주라면 하루에 50%가 빠지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그러니 모든 레버리지 ETF가 내일 상폐된다는 식의 공포는 과장이에요.
둘째, 그렇다고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드물다'는 건 '없다'가 아니거든요. 우리 시장을 보면, 며칠 전 코스피가 하루 6% 넘게 빠지고 올해 서킷브레이커가 벌써 7번 걸렸어요.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하루 9~10% 빠진 날이 있었고요. 물론 이 두 종목이 하루 50% 폭락할 확률은 루시드와 비교도 안 되게 낮지만, 반도체 업황이 전 세계적으로 출렁이는 지금 국면에서 '절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확률이 낮은 것과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전혀 다른 얘기예요.
4. 그래서 한국은, 삼전닉스 레버리지와 뭐가 같고 다른가
이 사건을 우리 시장 렌즈로 옮겨와 볼게요. 마침 우리는 지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잖아요.
같은 점부터. 루시드 ETF도, 삼전닉스 ETF도 단일종목을 기초로 한 일일 2배 레버리지예요. 파생(스와프)으로 2배를 만들어내는 구조도 같고, 기초자산이 급락하면 강제청산·음의 복리가 작동하는 원리도 판박이입니다. 설계도만 놓고 보면 사실상 같은 상품이에요.
다른 점은 딱 하나, 기초자산의 성격입니다. 루시드는 파산설이 도는 부실주라 하루 50% 폭락이 실제로 났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그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 대형주죠. 그래서 루시드처럼 하루 만에 NAV가 마이너스로 뒤집혀 전액 손실이 날 확률은 훨씬 낮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게, 낮은 확률의 극단 사고가 안 난다고 해서 음의 복리라는 만성질환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에요. 급성 발작(전액 손실)은 피하더라도, 급등락장에서 계좌가 야금야금 녹는 그 병은 삼전닉스 레버리지 투자자도 똑같이 앓고 있습니다. 루시드는 그저 가장 극단적인 얼굴을 우리보다 먼저 보여줬을 뿐이에요.

5. 의박이의 시선
저는 이 뉴스에서 두 줄을 챙겨 둡니다.
하나, 레버리지 ETF의 위험은 '얼마나 빠지냐'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됐냐'에 있다는 것. 사람들은 보통 "많이 빠지면 위험하다"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번 루시드 건이 보여준 건 다릅니다. 일반 주식은 아무리 빠져도 0원이 하한이고 상장폐지 전까진 회복 기회라도 있는데, 2배 레버리지는 기초자산이 절반만 빠져도 자산이 통째로 사라지고 강제청산으로 회복 기회조차 박탈당해요. '손실의 크기'가 아니라 '손실의 성질'이 다른 상품인 거죠. 이걸 모르고 "2배니까 수익도 2배" 정도로만 알고 들어가면, 언젠가 이 바닥을 밟을 수 있습니다.
둘, 우리 규제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게 바로 이 지점이라는 것. 지난 편에서 짚었듯, 7·16 대책은 예탁금·매매단위로 '사는 문턱'만 높였어요. 그런데 루시드 사건이 증명한 진짜 위험은 문턱 너머, 상품의 설계 안에 있습니다. 문턱을 아무리 높여도 그 문을 넘어간 사람이 밟는 바닥은 여전히 이렇게 미끄러운 거예요. 그래서 저는 예탁금 3천만원보다, 이 상품이 최악의 경우 어떤 얼굴을 하는지를 투자자가 정확히 아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육 시간을 늘린 게 그나마 그 방향이고요.
그래서 저라면 이렇게 정리합니다. 산업 쪽에선 이런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미국·한국에서 어떻게 관리되는지, 강제청산·상폐 사례가 더 나오는지를 지켜보고요. 개인 쪽에선, 혹시 이런 상품을 들고 있다면 '내 상품의 기초자산이 하루에 반토막 날 수 있는 종류인가', '나는 이 상품이 어떻게 청산되는지 설명서를 읽어봤나'를 스스로 점검하는 겁니다. 남의 나라 부실 전기차주 얘기로만 넘기기엔, 그 설계도가 우리 계좌 속 상품과 너무 닮았거든요. 헤드라인이 '루시드 92% 폭락'을 외칠 때, 투자자가 볼 건 폭락률이 아니라 '내가 든 상품도 저 구조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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